한국폐업지원희망정책협회
-2018년 11월 폐업 문의가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28% 증가
사상 처음으로 연간 자영업 폐업자가 100만명 되나?
-작년엔 83만 8천명
◆ 대기업마저 외식업 축소 ◆
경기도 성남 판교에서 PC방을 운영하던 A씨(58)는 최근 사업을 접었다. 지난 1년 동안 인건비가 오르면서 영업 손실이 가중돼 혼자서 가게를 꾸리며 버텨봤지만 정신적인 스트레스로 인해 결국 쓰러지고 말았다. 설상가상 검진을 받으러 간 병원에서는 대장암 판정을 받아 더는 가게를 운영하기 어렵다는 판단을 내리고 폐업을 결정했다.
자영업자들의 폐업이 급증하고 있다.
부쩍 얼어붙은 경기에 최저임금 인상, 임차료 부담 가중 등 엎친 데 덮치면서 문을 닫는 자영업자들이 속출하고 있는 것이다.
4일 중소기업과 소상공인의 폐업을 지원하는 한국폐업지원희망정책협회에 따르면 올해 자영업자들의 폐업 문의 건수는 11월 현재 914건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28% 늘었다. 폐업 문의가 모두 폐업으로 이어지는 것은 아니지만 실제 통계에 앞선 선행지표라는 의미가 있다.
고경수 폐업119 대표는 "올 연말까지 가면 폐업문의가 940여 건으로 지난해 713건에 비해 크게 늘어날 것으로 예상된다"고 말했다.
이런 추세라면 사상 처음으로 연간 자영업 폐업자가 100만명을 넘어설 것이란 예상이 현실화될 수 있다. 국세청 통계 기준 지난해 폐업한 개인사업자는 약 83만8000명이다.
강남이나 판교, 분당 등 이른바 핵심 상권까지 무너지고 있다. 이들 지역은 권리금이 억원대지만 이마저도 포기하고 가게를 접겠다는 자영업자들이 늘고 있다. 고 대표는 "권리금이 억원대인데도 포기하겠다는 자영업자들이 나올 정도로 상황이 심각하다"면서 "변두리 상권은 말할 것도 없다"고 설명했다.
폐업 문의가 가장 많은 업종은 역시 요식업이다. 전체 문의 건수의 60%에 달한다. 요식업 중에서는 커피전문점이 다수를 차지한다. 프랜차이즈 커피전문점 간 경쟁이 치열한 상황에서 비(非) 프랜차이즈로 운영되는 커피전문점들이 버티지 못하고 문을 닫는 상황이다.
한국외식산업연구원 조사에 따르면 외식산업의 폐업률은 23.8%로 도소매업 가운데 가장 높다. 전 산업 평균(13.2%)보다 약 2배나 높다.
연구원은 "음식숙박업은 타 업종에 비해 경기에 더 민감한 반면 경쟁으로 인한 폐업률 상승 효과가 크다"면서 "때문에 업체들의 생존율이 가장 낮고 생존기간이 짧다"고 밝혔다.
고 대표는 "지난해 개인과 법인을 포함해 폐업한 사업자가 약 91만명인데 올해는 100만명 가까이 될 것으로 예상된다"면서 "폐업으로 인한 경제 손실이 연간 30조원에 달하는 만큼 정부의 제대로 된 폐업 지원 정책도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하지만 프랜차이즈라고 해서 상황이 나은 것은 아니다.
한국외식산업연구원이 지난해 펴낸 '외식업 프랜차이즈 생존율 분석'에 따르면 프랜차이즈 가입 사업체의 매출액이 미가입 업체보다 평균 1억2100만원 높았지만 오히려 영업이익률은 1.8% 낮은 것으로 나타났기 때문이다.
중소기업연구원이 2015년 추산한 바에 따르면 폐업에 따른 경제·사회적 손실 규모는 약 30조3000억원에 달한다. 폐업에 따른 설비 철거와 처분 비용, 권리금 차액과 같은 자기손실 이외에도 복지 비용과 세액 감소 등 국가가 부담하는 비용, 금융부실과 범죄 유발 비용 등 사회적 비용을 합한 규모다.
고 대표는 "내년에는 상황이 더 심각할 것으로 보인다"면서 "자영업자의 80% 이상이 극빈층으로 전락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강다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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